처음 목표는 단순했습니다. 크립토 시장에서 돈을 버는 자동매매 시스템을 만든다. 청산 히트맵, 펀딩비, 온체인 고래, 매크로 감성 — 그럴듯한 신호를 전부 끌어모아 "초격차" 엣지를 찾으면 될 줄 알았습니다.
그래서 가설을 하나씩 코드로 만들고, 과학적으로 백테스트했습니다. 표본 300건 이상, 시간순 분할(OOS) 검증, 룩어헤드(미래참조) 차단, 수수료·슬리피지 반영. 화려한 숫자를 믿는 대신, 그 숫자가 진짜인지를 의심하는 절차를 깔았습니다.
결과는 기대와 달랐습니다. 그리고 그 과정이 — 수익률 자랑보다 — 훨씬 더 정직하고 값진 기록이라 생각해 전부 공개합니다.
기각된 가설들 (있는 그대로)
청산 돌파 + 3단 비중확대(피라미딩). 청산이 쏠린 가격대를 돌파하면 비중을 키우며 올라타는 전략. 백테스트 결과 누적 -99.9%, 계좌 사실상 소멸. 돌파가 소진되고 반전할 때, 비중을 키운 포지션이 꼭대기에서 터졌습니다. 승률 10.7%. 실제 돈이 아니라 백테스트에서 터진 게 천만다행이었습니다.
펀딩비 캐리. 펀딩이 한쪽으로 쏠릴 때 그 방향을 따라가는 전략. 기대값이 음수였습니다. 군중이 몰린 방향은 오히려 되돌림이 잦았습니다.
청산 스윕 페이드. 급격한 청산 후 반대로 베팅하는 역추세. 마이너스. 고변동 청산은 반전이 아니라 연속인 경우가 많았습니다.
결합 필터(펀딩 + RSI + 거래량 + 돌파). "신호를 합치면 좋아지겠지"의 전형. 필터를 더할수록 표본만 줄고 OOS 성과는 개선되지 않았습니다. 지표를 더한다고 엣지가 생기지 않습니다.
매크로 삼중 극단(극단 펀딩 + 급등락 + 나스닥 급변). 세 극단이 동시에 터지는 날은 데이터에 거의 존재하지 않았습니다. 표본 0 — 검증 자체가 불가능했습니다.
살아남은 단 하나
수십 번의 기각 끝에 살아남은 건 화려한 무엇이 아니라, 느린 추세추종 하나였습니다. 이동평균 교차로 추세를 타고, 추세가 꺾이면 빠지는 — 교과서적이고 지루한 방식.
그마저도 약했습니다. 4년치 데이터에서 위험조정성과(Sharpe)는 0.2~0.5 수준. 통계적으로는 0과 뚜렷이 구분되지 않는 얇은 우위였고, 수익의 대부분은 추세장에서 나왔습니다. 횡보·하락장에선 제자리거나 마이너스였습니다.
강건화 — 엣지는 못 키워도, 위험은 줄일 수 있었다
엣지를 더 강하게 만들 수는 없었습니다. 대신 리스크를 다스리는 건 가능했습니다. 변동성이 큰 자산은 작게, 작은 자산은 크게(역변동성 사이징), 그리고 포트폴리오 전체 변동성을 목표치 이하로 묶는 변동성 타겟팅 — 레버리지 없이.
효과는 분명했습니다. 변동성과 최대낙폭(MDD)이 거의 절반으로 줄었습니다. 위험조정성과는 유지되면서, 덜 흔들리고 덜 깨지는 포트폴리오가 됐습니다. 수익을 키운 게 아니라 생존성을 키운 것입니다.
가장 비싼 교훈: "너무 좋으면 의심하라"
연구 도중 한 번은 누적 +321%, Sharpe 2.85짜리 포트폴리오 백테스트를 만났습니다. 가슴이 뛰었지만 — 너무 좋았습니다. 뜯어보니 미래 데이터를 몰래 참조(룩어헤드)한 버그였습니다. 화려한 백테스트의 99%는 이런 함정입니다. 그날 이후 규칙이 생겼습니다. 너무 좋은 결과는 발견이 아니라 버그다.
그래서, 우리의 결론
우리가 접근 가능한 데이터로는, 크립토에 "대박 엣지"는 없었습니다. 있는 건 약한 추세추종 하나와, 그것을 안 죽게 다듬는 리스크 관리뿐입니다.
실망스럽게 들릴지 모릅니다. 하지만 이건 실패가 아니라 정직한 성공입니다. 우리는 환상에 실제 돈을 태우지 않았고, 무엇이 통하고 무엇이 통하지 않는지를 데이터로 알아냈습니다.
그래서 이 블로그는 수익률을 자랑하지 않습니다. 대신 모의투자로 매일 추적하는 가상자본의 실제 성과를, 백테스트와 일치하는지 어긋나는지를, 있는 그대로 공개합니다. 화려함이 아니라 투명함이 우리가 가진 전부이자 핵심입니다.
⚠️ 본 글은 모의투자(페이퍼 트레이딩)·연구 기록이며 실제 매매가 아닙니다. 특정 종목·매매를 권유하지 않으며 투자자문이 아닙니다. 모든 투자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. 수치는 공개 시세 기반 백테스트로, 미래 수익을 약속하지 않습니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