크립토 자동매매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한 번쯤 이런 광고를 봤을 겁니다. "AI가 알아서 매매해 월 수익률 30%." 저도 그 꿈을 꿨습니다. 시드 4,500달러를 10만 달러로 불리는 AI 퀀트 봇. 두 달간 직접 만들고, 수십 가지 전략을 백테스트했습니다.
이 글은 그 과정에서 제가 돈 한 푼 잃지 않고 배운, 조금 불편한 진실에 관한 기록입니다.
"+321% 수익, 샤프 2.85" — 화면을 보고 소름이 돋았다
추세추종 전략을 포트폴리오로 묶어 2년치 백테스트를 돌린 날이었습니다. 결과 화면에 이렇게 떴습니다.
- 연복리 수익률: +321%
- 최대낙폭: 33%
- 샤프지수: 2.85
샤프 2.85면 세계 최고 헤지펀드급입니다. 잠깐 "이게 되네?" 싶었죠. 그런데 바로 그 순간이 가장 위험한 순간이었습니다.
너무 좋은 백테스트는, 십중팔구 버그입니다.
코드를 한 줄씩 뜯어봤습니다. 범인은 미래참조(look-ahead bias)였습니다. 그날 종가로 계산한 신호로, 바로 그날의 수익을 먹고 있었던 겁니다. 현실에선 불가능합니다 — 오늘 오를 걸 미리 알 수 없으니까요. 어제 종가 신호로 오늘 수익을 먹도록 한 줄 고쳤더니, 결과는 이렇게 바뀌었습니다.
- 연복리 수익률: +10%
- 최대낙폭: 50%
- 샤프지수: 0.46
+321%가 +10%로. 만약 이 버그를 못 잡고 실제 돈을 넣었다면? 화려한 기대와 정반대로 시드가 녹았을 겁니다.
거의 모든 전략이 시장을 못 이겼다
정직하게 공유하면, 제가 테스트한 것들의 성적표는 이렇습니다.
- 단순 이동평균·RSI 전략: 손실
- 시간대·요일 패턴: 통계적으론 유의미했지만, 효과가 수수료보다 작아 거래 불가
- FOMC·고용지표 같은 매크로 이벤트: 의미 있는 신호 없음
- 펀딩비 차익(교차): 알고 보니 역추세 베팅이라 크게 손실
- 청산 히트맵 기반 단타(스윕·돌파·눌림목): 전부 거래비용에 패배
수십 번의 검증 끝에 살아남은 건 딱 하나, 일봉 추세추종이었습니다. 그마저도 "대박"이 아니라 연 5~10% 수준의 약한 엣지였고요.
레버리지는 답이 아니었다 — 수학이 증명한다
"수익이 약하면 레버리지를 키우면 되지 않나?"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. 그래서 음(-)의 기대값을 가진 전략에 3배·5배·10배를 걸어 시뮬레이션했습니다. 결과:
- 1배: 기대값 −0.28%/거래, 천천히 손실
- 3배: −0.90%, 청산 증가
- 5배·10배: −1.5%~−3%, 청산 폭증, 계좌 전소(☠)
레버리지는 손익을 똑같이 배수합니다. 음의 엣지에 배율을 걸면 부호가 +로 바뀌는 게 아니라, 더 빨리 파산할 뿐입니다. 여기에 청산 위험까지 더해지면 결과는 더 참혹합니다.
그래서 저는 지금, 정직한 모의투자를 공개합니다
결론은 이렇습니다. 손쉬운 "대박" 엣지는 없었습니다. 제가 가진 건 약한 추세 엣지 하나뿐입니다. 그래서 저는 실제 돈을 넣는 대신, 이 전략을 모의투자(페이퍼 트레이딩)로 매일 기록하기로 했습니다. 백테스트가 보여준 약한 엣지가 실시간에서도 유지되는지를 몇 달간 정직하게 검증하려는 겁니다.
이 블로그는 수익 자랑을 하는 곳이 아닙니다. 무엇이 진짜 되고, 무엇이 안 되는지를 백테스트와 실시간 기록으로 투명하게 보여주는 연구일지입니다. 실패까지 전부 공개합니다. 그게 이 기록의 유일한 가치라고 믿으니까요.
크립토 자동매매를 꿈꾸는 분이라면, 제 시행착오가 여러분의 시드를 지키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. 내일도 한 줄, 모의투자 일지를 이어가겠습니다.
⚠️ 본 글은 개인의 연구·모의투자 기록이며, 특정 종목이나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. 투자자문이 아니며 모든 투자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. 수익을 보장하지 않습니다.